세포에 돌연변이가 생긴다고 모두 암세포로 변하는 건 아니다.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의 발현에 어떤 요인이 작용하는지는 지금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포도당 대사의 부산물인 젖산염(lactate)이, 돌연변이 세포가 암으로 진행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돌연변이 세포가 암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젖산염이, 필요한 메커니즘의 작동을 유도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때 세포의 노폐물로 여겨졌던 젖산염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와 미토콘드리아의 주요 에너지원 등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젖산염이 면역세포와 줄기세포 등의 세포 기능을 조절한다는 실험 결과도 보고됐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의 이니고 산 미얀 부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프런티어스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에 발표했다. 15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모든 암에선 이른바 '바르부르크 효과'가 나타난다. 독일의 의사 겸 생리학자인 오토 바르부르크(1931년 노벨상 수상자)가, 영양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이 세포에 따라 다르다는 걸 발견했는
유산이나 자궁외임신(ectopic pregnancy) 후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PTSD란 전쟁, 자동차 사고, 폭행, 강간, 테러, 지진, 홍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겪은 뒤 나타나는 극심한 불안장애로 환자는 충격적인 사건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악몽에 시달리며 항상 초긴장 상태를 보인다.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ICL) 의대 산부인과 전문의 톰 본 박사 연구팀은 유산이나 자궁외임신을 겪은 여성은 약 30%가 PTSD 증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과 헬스데이 뉴스가 15일 보도했다. 임신 12주 이전에 유산하거나 자궁외임신을 겪은 여성 653명(유산 537명, 자궁외 임신 116명)을 대상으로 1개월 후와 9개월 후 시행한 감정과 행동에 관한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1개월 후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증상은 29%가 PTSD 기준에 해당했다. 이밖에 중등도(moderate) 내지 중증 불안장애(24%)나 우울증(11%)을 보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증상들
임신성 당뇨를 임신 초기 또는 임신 이전에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개발됐다. 임신 여성의 3~9%에서 임신 24~28주에 나타나는 임신성 당뇨는 원래 당뇨병이 없던 여성이 임신 중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방치하면 임신중독증인 자간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산모와 태어난 아이 모두 나중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Weizman Institute of Science)의 에란 세갈 컴퓨터공학 교수 연구팀은 클라리트 보건 서비스(Clalit Health Service)의 방대한 임신 자료를 분석,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시키는 방법으로 임신성 당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5일 보도했다. 2010~2017년 사이에 출산한 여성 45만명의 건강기록에 나타난 '빅 데이터'(big data)를 가공, 2천가지가 넘는 매개변수(parameter)로 이루어진 엄청난 데이터 세트(dataset)를 만들고 이를 기계학습시켜 이 같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만들어 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컴퓨터 알고리즘은 2천여 가지 매개변수 중 9개의 변수(연령
과학자들 사이에서 음식물 중독(food addiction)은 매우 논쟁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초콜릿과 같이 단 걸 좋아하는 사람은 맛난 음식을 먹지 않고 참는 게 매우 어렵다는 걸 안다. 과연 이런 상태를 음식물 중독이라 할 수 있을까? 덴마크 오르후스대 과학자들이 돼지를 모델로 한 실험에서, 설탕을 섭취하면 중독성 약물을 이용했을 때와 비슷하게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는 걸 밝혀냈다. 적어도 설탕에 관한 한 중독성이 있다는 걸 시사하는 결과다. 관련 논문은 14일(현지시간)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오르후스대의 미샤엘 빈테르달 임상 의학과 부교수팀은 실험용 미니피그(minipig) 7마리에 12일간 연이어 하루 2ℓ씩 설탕물을 먹이면서 매일 뇌 이미지를 스캔했다. 예정했던 만 12일이 지나자 돼지 뇌에서 도파민과 오피오이드(아편 비슷한 진통·마취제) 분비 체계의 활성도가 대폭 상승했다. 특히 웰빙과 쾌락에 관여하는 뇌 화학 시스템의 일부인 오피오이드 분비 체계는 설탕물을 준 첫날부터 활성화됐다. 다행히 인간의 뇌는 어떤 의미 있는 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박찬범·스티브 박 교수 연구팀이 피 한 방울로 중증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고령자에게 주로 생긴다. 현재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의 10%가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양전자 단층촬영(PET)이나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장비를 사용해 진단하지만, 가격이 비싸 저렴하면서도 정확한 진단 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구팀은 '랭뮤어 블로젯 기술'(용액 위에 떠 있는 나노입자를 표면 압력을 조절해 원하는 배열로 단층 제작하는 기법)을 이용해 고밀도로 탄소나노튜브를 정렬한 진단 센서를 개발했다. 탄소나노튜브는 지름이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인 원기둥 모양의 탄소 소재이다. 무작위로 방향성을 가질 때보다 정렬할 때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임으로써 분석물 측정의 민감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 개발된 센서는 기존 탄소나노튜브 기반 바이오센서 대비 100배 이상의 민감도를 보였다. 이 센서는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바이오마커(질병의 진행 정도를 진단하는 생물학적 지표)인 '베타-아밀로이드 42'·'베타-아밀로이드 40'·'총-타우
과민성 방광은 행동 치료가 약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민성 방광이란 방광 기능이 너무 예민해 방광에서 소변을 저장하는 동안에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방광 근육이 수축, 급하게 요의를 느껴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이 누출되는 증상을 말한다. 미국 버밍햄 재향군인 메디컬센터의 캐스린 버기오 행동심리학 교수 연구팀이 전립선 비대와 무관한 과민성 방광 남성 2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14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3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약물치료 ▲행동 치료 ▲약물-행동 병행치료를 6주 동안 시행하고 결과를 비교했다. 과민성 방광 증상 완화 효과는 약물-행동 병행치료 그룹이 31%로 가장 컸고 행동 치료 25%, 약물치료 13% 순으로 나타났다. 약물-행동 병행치료 그룹은 약물치료 그룹보다는 소변 빈도가 상당히 줄었으나 행동 치료 그룹보다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 실험이 끝난 후 연구팀은 3그룹 모두에 약물-행동 병행치료를 6주 동안 진행했다. 결과는 1차 실험에서 약물-행동 병행치료에 참여했던 그룹이 소변 빈도가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 치료는 소변을 내보내는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 세포가 항암 치료에 저항할 때는 세포 골격(cytoskeleton)을 스스로 바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결과는, 항암 치료가 잘 듣지 않는 피부암과 다른 유형의 암 치료에 새로운 접근로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체의 모든 세포에는 세포 골격이 있다. 막으로 싸인 핵을 가진 진핵세포의 세포 골격은, 미세소관과 필라멘트가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며, 세포질 전체에 분포한다. 영국 런던퀸메리 대학교 과학자들은 관련 논문을 13일(현지시간) 저널 '캔서 셀(Cancer Cell)'에 발표했다.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흑색종 세포는 두 가지 종류의 세포 골격 단백질의 활성도를 높임으로써 특정 돌연변이 유전자를 겨냥한 면역치료와 항암제에 대한 반응을 중단한다. 이때 면역치료의 치료 표적은 MARK 경로의 B-RAF 또는 N-Ras 돌연변이이고, 관련된 세포 골격 단백질은 ROCK와 미오신 Ⅱ이다. 모두 18종의 미오신 단백질 가운데 미오신 Ⅱ는 근육 수축과 세포질 분열에 관여한다. 연구팀은 이들 단백질이 암세포의 생존과 약물 저항에 핵심적 작용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
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은 박삼엘·길효욱(신장내과) 교수팀이 급성 농약 중독환자의 생존율을 높여주는 혈액 관류와 혈액투석 치료 중 발생하는 부작용인 지혈 장애 기전을 밝혀냈다고 13일 밝혔다. 혈액 관류는 오염된 혈액을 활성탄이 들어 있는 카트리지에 통과시켜 혈중 약물 농도를 낮추는 시술법이다. 혈액투석과 동시에 시행하면 급성 농약 중독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나 100명 중 3명꼴로 투석 직후 지혈이 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급성 농약 중독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지혈 장애가 발생한 환자들은 모두 혈액 관류 과정에서 혈소판 활성화가 불완전함을 발견했다. 박삼엘 교수는 "혈소판은 유착, 활성화, 응집의 3단계를 거쳐 혈액의 응고작용을 일으키는데 유착 이후 단계에서 혈소판의 불완전한 활성화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혈액의 응집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혈액 관류는 단백질과 결합한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며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지혈 장애를 막고, 보다 효과적인 치료방안을 찾는 후속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2019년 9월호에 '급성 농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lymphocyte)의 혈중 수치가 사망 위험을 예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헤르레프-겐토프테 병원(Herlev-Gentofte Hospital)의 스티 보예센 임상학 교수 연구팀은 림프구의 혈중 수치가 낮은 림프구 감소증(lymphopenia)이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13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2003~2015년 사이에 '코펜하겐 인구조사'에 등록된 10만8천135명(20~100세)의 건강자료를 분석했다. 이 기간에 1만372명이 각종 원인으로 사망했다. 그 결과 혈중 림프구 수치가 표준 이하인 사람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6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암,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감염 등의 원인으로 사망할 위험은 1.5~2.8배나 높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림프구의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림프구 감소증과 사망 위험 사이에 이 같은 연관성이 있는 이유는 심각한 질병에 저항하는 면역력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림프구 감소증은 정규 건강검진 혈액검사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지금까지는 미래의 건강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