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의료'는 임종이 멀지 않은 말기 환자에 적용되는 호스피스와 달리 질병 진행 단계와 관계없이 환자에게 증상 조절과 돌봄 등을 지원하는 개념이다. 말기 이전의 환자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이러한 완화의료가 암 환자에 조기 시행되면 불필요한 응급실 이용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개 암 환자는 통증·호흡곤란·전신 쇠약 등으로 응급실에 자주 방문한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정예설 교수팀은 2018∼2022년 완화의료 외래를 받은 암 환자 3천560명의 응급실 이용 양상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완화의료 외래에서는 환자의 가치관과 선호에 따라 치료 방향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증상 조절뿐만 아니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등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통상 임종이 6개월 안팎으로 예상될 때 시행되는 호스피스보다 앞선 단계에서 병이 진행 중인 환자에게도 제공되는 외래 진료다.

완화의료 외래를 이용한 암 환자의 경우 응급실 이용이 크게 줄었는데, 특히 사망 한 달가량을 앞둔 임종기에도 10명 중 1명 만이 응급실에 방문했다.
암 환자의 45% 정도가 임종기에 응급실을 찾는다는 기존 보고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완화의료 외래 시작이 1개월 빨라질수록 임종기 응급실 방문 가능성은 1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완화의료 외래에서의 진료와 상담이 일찍 이뤄질수록 안정적인 증상 및 통증 관리가 가능해지고, 응급 상황에 대비한 교육 등이 이뤄져 불필요한 응급실 이용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환자 중 51%는 완화의료 외래 과정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서약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유신혜 교수는 "현재 국내에는 제도적으로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서비스만 마련돼 있고, 완화의료 개념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다"며 "더 많은 진행 암 환자가 말기 전부터 증상 조절·돌봄 계획 수립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