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장의 해부학적 구조를 처음 밝혀낸 사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그는 16세기에 심장 내부 근육의 섬유주(trabeculae; 작은 섬유성 기둥)가 눈송이처럼 이어진 '프랙탈 패턴(fractal pattern)'을 섬세하게 스케치했다. 이 근섬유 망이 심장의 복잡한 기능 수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 빈치가 이 부분에 특히 주목한 이유가 500년 만에 밝혀진 것이다. 이 연구는 유럽 분자생물학 연구소 산하 유럽 생물 정보학 연구소(EMBL-EBI), 미국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 영국 MRC 런던 의과학 연구소,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닉 등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19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인간의 심장은 배아 발생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발달하는 기관으로 잉태 4주 후부터 스스로 뛰기 시작한다. 발달 초기의 심장엔 복잡하게 뒤엉킨 섬유주 망이 생겨 내부 표면에 기하학적 패턴을 형성한다. 이 섬유주 망은 발달 과정에서 심장에 대한 산소 공급을 돕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성인이 됐을 때 이 섬유주 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 다국적 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일부는 다른 증상 없이 냄새만 맡지 못한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감기에 걸려도 일시적으로 냄새를 맡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후각 마비는 염증으로 비강이 좁아져 공기 흐름이 막히기 때문에 생긴다. 코로나19의 후각 상실과 다른 것이다. 코로나19가 일시적 후각 마비를 가져오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비강의 후각 감지 부를 덮고 있는 상피 점막 세포에 ACE2 수용체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었다. 후각상피 점막의 ACE2 수위는 코안 다른 부위나 기도 등과 비교해 최고 700배에 달했다. ACE2 수용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자물쇠를 여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2'를 말한다. 이 연구는 미국 존스 홉킨스 의대의 앤드루 P. 레인 교수팀이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18일(현지시간) 유럽 호흡기협회가 발행하는 '유럽 호흡기 저널(European Respiratory Journal)'에 실렸다. 비과학(鼻科學)과 두개 바닥(skull base) 수술 전문가인 레인 교수는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종양·만성 축농증 등으로 내시경 수술을 받은 환자 23명의 비후(
장염 비브리오(Vibrio parahaemolyticus)는 여름철에 식중독을 많이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이다. 오염된 생 어패류나 조리한 쇠고기, 야채, 샐러드 등을 통해 감염하면 설사를 동반한 위통, 두통,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인체의 세포 안에서 증식한 세균이 다른 세포로 퍼져 나가는 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처음에 증식 공간으로 이용한 세포를 벗어나려면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장염 비브리오가 쓰는 독특한 세포 탈출법이 처음 밝혀졌다. 지방분해효소를 분비해 세포막을 물렁물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효소를 생성하지 못하는 비브리오는 잔뜩 증식한 상태로 세포 안에 갇혀 세포와 함께 죽었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SW)의 킴 오스 분자생물학 교수팀은 18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이라이프(eLif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비브리오가 처음 세포에 들어갈 땐 T3SS2라는 일반적인 세균 감염 패턴을 따른다. 이때 세균은 바늘 비슷한 구조를 만들어 인체 세포에 화학물질을 주입하기도 한다. 세포가 자신들을 받아들이게 속이고,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면역 반응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세포 안에서 증
우리 몸에 침투한 병원성 박테리아(세균)는 독소(endotoxins)를 분비해 면역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의 독소가 염증 반응을 일으켜 면역세포의 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를 유도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세균 독소가 직접 면역세포를 공격해 자멸사로 내모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호주 모내시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박테리아는 면역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표적으로 별도의 독소를 분비했고, 이런 독소 공격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면역세포가 이를 감지해 자멸사의 길로 갔다. 모내시대 생체의학 발견 연구소의 토마스 네이더러 박사팀은 17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병원성 세균은 감염이 진행되는 동안 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하는 균체 내 독소를 외막 소포(outer membrane vesicles)에 실어 내보냈다. 그러면 이 독소는 면역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이상을 일으켜 면역세포의 자멸사 유도 물질을 활성화했다. 세균 독소가 곧바로 면역세포를 죽이진 않지만, 우회적으로 면역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셈이다. 이 발견은 지금까지 알
인간 면역계의 간판 공격수인 T세포는 암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는 능력을 갖췄다. 이에 맞서 암 종양은 스스로 면역 억제 환경을 조성해 T세포를 비활성 상태로 묶어 놓는다. 차세대 항암 치료로 주목받는 일명 '면역 관문 억제제'는, 활력을 잃은 T세포를 깨워 다시 암을 공격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면역 관문 억제 치료로 효과를 보는 암 환자는 아직 일부에 그친다. 암 종양이 만든 면역 억제 환경을 충분히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난제를 풀 가능성이 높은, TREM2라는 면역세포 수용체 단백질을 미국 워싱턴대 의대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암세포에서 이 단백질을 제거하면 종양을 둘러싼 면역 억제 환경이 약해져, T세포가 종양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게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이 연구를 수행한 워싱턴 의대의 마르코 콜로나 면역생물학 교수팀은 12일(현지시간) 저널 '셀(Cell)'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콜로나 교수는 "근본적으로 항암 면역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도구를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콜로나 교수는 오래전부터 알츠하이머병과 TREM2 단백질의 연관성을 연구해 왔다. 기능이 떨어진 뇌의 대식세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였
적절한 시기에 다초점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면 어린이 근시가 심해지는 걸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 대학 연구진이 만 7세부터 11세 사이 근시 어린이 287명(-0.75∼ -5.00 디옵터)을 대상으로 진행한 BLINK 연구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디옵터(diopter)는 시력 교정 렌즈의 굴절률을 표시하는 단위다. 주목할 부분은 다초점 콘택트렌즈의 초점력이 강할수록 근시로 진행하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이번 BLINK 연구 자금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눈 연구소(National Eye Institute)'가 지원했고, 관련 논문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의사협회 저널(JAMA)에 실렸다. 근시는 각막과 망막 사이가 너무 벌어져, 멀리 떨어진 물체의 이미지 초점이 망막 앞에 잡히는 것이다. 근시가 되면 가까운 건 볼 수 있지만, 원거리 시력이 약해진다. 다초점 콘택트렌즈의 중앙부는 망막에 초점을 형성해 근시의 원거리 시력을 개선한다. 그러나 눈의 비정상적인 성장을 막아 주는 건 다초점 콘택트렌즈의 외측부였다. 이 외측부는 주변 광선을 망막 앞으로 모으는 초점력(focusing power)을 강화한다. 이렇게 망막 앞
아스피린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약 중 하나다. 그만큼 아스피린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암에 걸린 70세 이상 고령자는 새롭게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많이 진행된 암(advanced cancer)을 가진 고령자가 아스피린을 먹기 시작하면 병세가 더 악화해 일찍 사망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수련 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진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10일(현지시간) 미 국립암연구소 회보(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 연구엔 호주 모내시대, 미국 미네소타대 등의 연구진도 참여했다. 아스피린은 선행 연구에서 대장암을 비롯한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이전의 임상 시험은 대부분 중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아스피린이 고령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이번 ASPREE 연구는, 무작위 추출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최초의 '이중 맹검 위약 대조(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시
시중에서 판매되는 구강청결제로 입안을 헹구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감염을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치료하거나 감염 자체를 차단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고, 치과 진료나 코로나19 환자 치료 등 특별한 상황에서만 유용하다고 과학자들은 강조했다. 독일 보쿰 루르대가 예나대, 울름대, 뒤스부르크-에센대, 뉘른베르크대, 브레멘대 등과 협력해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감염학회지(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논문으로 실렸다. 11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의 구강과 인후에선 종종 다량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입자가 발견된다. 이런 환자가 효과 있는 구강 청결제를 쓰면 바이러스양이 감소해 단기적으로 전파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번 실험엔 독일의 약국에서 현재 판매 중인 8종의 구강청결제(가글액)가 쓰였다. 연구팀은 각각 성분이 다른 구강청결제에, 침을 대신할 감염 방해 물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넣고 30초간 흔들었다. 그런 다음 신종 코로
렘수면(REM sleep)은 빠른 안구 움직임이 관찰되는 수면 단계로, 하룻밤 자는 동안 보통 5~7차례 나타난다. 분명히 잠을 자는데도 뇌파는 각성 상태와 비슷해 '역설수면(paradoxial sleep)'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꿈을 많이 꾸는 것으로 알려진 렘수면이 인간 등 동물의 섭식 행동 조절에도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렘수면 중인 생쥐의 간뇌 시상하부 뉴런(신경세포)을 억제하면 잠에서 깼을 때 먹이를 덜 먹었다. 스위스 베른대의 안토이네 아다만티디스 교수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대학은 8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논문 개요를 공개했다. 보통 렘수면 단계에선 기억과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강하게 흥분한다. 포유류의 진화 과정에서 잘 보존된 외측 시상하부(lateral hypothalamus)도 그런 영역 중 하나다. 각성 상태의 외측 시상하부 뉴런은 식욕과 음식물 섭취를 전체적으로 통제한다. 아울러 자극받은 행동이나 중독 등의 제어에도 관여한다. 연구팀은, 깨어 있는 생쥐에게 먹이를 먹으라고 지시하는 외측 시상하부 뉴런의 활성 패턴이 렘수면 때도 나타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