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같은 병원체가 몸 안에 침투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병이 생기는 건 아니다. 모든 병원체는 병을 일으킬 만큼 무수히 증식해야 비로소 위험해진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 과학자들이 박테리아의 증식 활동을 정탐하는 일종의 '스파이 수용체'를 발견했다. 이 수용체는 박테리아 사이에 오가는 정보를 엿듣고 있다가 너무 많이 증식했다 싶으면 면역체계에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면역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막스 플랑크 감염 생물학 연구소(MPIIB)의 스테판 카우프만 교수가 주도했고, 관련 논문은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막스플랑크협회(MAX-PLANCK-GESELLSCHAFT)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에 따르면 박테리아가 교환하는 정보를 인체 세포가 엿들을 수 있는 건 '아릴 하이드로카본 수용체(aryl hydrocarbon receptor)' 덕분이다. 논문의 제1 저자인 페드로 모우라-알베스 박사는 "이 수용체의 정탐 덕에 인체는 병원균의 공격을 퇴치할 적기에 면역체계를 가동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옥스퍼드대의 루트비히 암 연구소에서
난소암, 자궁경부암 등 부인암에서도 표적치료제를 활용해 맞춤치료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삼성서울병원(산부인과 이정원 교수, 신경외과 남도현 교수)·아주대의대(이진구 교수) 공동 연구팀은 부인암 환자 유래 세포를 이용한 약물-유전체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치료 예측 인자를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표적치료제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암 환자에게만 치료 효과를 내는 차세대 항암제지만, 부인암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았다. 부인암의 경우 표적치료제가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미리 가려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부인암 관련 유전체의 구조가 워낙 복잡한 데다 암이 약물을 피해 살아남는 경로 또한 변화무쌍한 탓이다. 이에 연구팀은 난소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 부인암 환자에서 떼어낸 암 조직 139개를 토대로 환자유래세포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뒤 유전체 분석과 동시에 약물 반응성을 조사했다. 또 환자유래세포를 37개 분자표적 약물을 이용해 효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종양억제유전자로 알려진 P53 유전자의 변이 여부가 최근 나온 표적항암제인 'PARP 억제제'의 치료 반응에 가장 중요한 인자로 나타났다. P53변이가 있는 경우 현재 연구 중인 후보 약물 대부분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경화' 환자 가운데 절반은 대장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대장선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 교수팀은 2012∼2016년 건강증진센터에서 경동맥초음파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40세 이상 성인 4천871명의 검진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죽상경화 진단은 혈관 내벽 두께가 1㎜ 이상이거나, 혈관 안에 콜레스테롤이 뭉친 덩어리인 죽상경화반이 발견됐을 때 내려진다. 이번 연구에서는 경동맥 내벽 두께가 1㎜ 이상인 죽상경화 환자 50.1%에서 대장선종이 발견됐다. 반면 경동맥 내벽 두께가 1mm 이하인 정상 그룹에서는 대장선종 발견율이 37.8%에 그쳤다. 또 죽상경화 환자에서는 대장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위험선종이 15.2% 발견됐다. 이는 정상인의 고위험선종 발생률 8.8%보다 1.7배 높은 수치다. 특히 죽상경화와 대장선종은 젊은층보다는 중장년층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상경화와 대장선종을 모두 진단받은 환자는 40대 5.9%, 50대 12.5%, 60대 이상 26.0%로, 나이가 들수록 두 질환이
마리화나(대마초)가 심장의 구조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퀸메리대학 의대 심장 전문의 모하메드 칸지 박사 연구팀이 현재 주기적으로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47명과 전에 마리화나를 피웠던 105명을 포함, 3천4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3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MRI 영상을 통해 이들의 심장 구조와 기능을 살펴봤다. 그 결과 현재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사람은 혈액을 온몸으로 펌프질해 내보내는 심장 왼쪽 아랫부분인 좌심실이 비대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러나 마리화나를 끊으면 좌심실의 크기와 기능이 회복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좌심실 비대는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현상으로 좌심실의 펌프 기능 저하로 체내 모든 기관과 조직에 대한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는 심부전과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좌심실을 빼고 나머지 3개의 심방 또는 심실인 좌심방, 우심방, 우심실의 구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 결과는 좌심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성 알코올 중독 등 다른 위험요인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대해 콜로라도대학 의대 심장 전문의
유방암 치료 중에는 항산화제 복용이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즈웰 파크 종합 암센터(Roswell Park Comprehensive Cancer Center)의 크리스틴 앰브로손 박사 연구팀은 유방암 치료 중 항산화제를 복용하면 유방암 재발 또는 유방암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2일 보도했다. 초기 유방암 환자 1천134명을 대상으로 평균 6년간 진행한 추적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들은 독소루비신, 사이클로포스파미드, 파클리탁셀 등 3가지 항암제로 치료를 받았다. 연구팀은 항암 치료 시작 때와 항암치료가 끝난 6개월 후 등 두 차례에 걸쳐 어떤 영양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물었다. 18%는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항산화제를, 44%는 종합비타민을 매일 먹고 있었다. 연구팀은 영양 보충제들이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항암 치료 전과 후에 비타민A, C, E, 카르테노이드, 보조효소 Q10 등의 항산화제를 복용한 그룹은 유방암 재발률이 41%,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타민B12,
난치성 천식을 감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발굴됐다. 바이오마커는 질병의 진행 정도를 진단하는 생물학적 지표이다. 한국연구재단은 포항공대 이승우 교수·순천향대 부천병원 박춘식 교수 연구팀이 기도 내에 존재하는 '과립구자극인자'(G-CSF)가 호중구 천식을 분류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천식은 기관지가 특정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염증 질환이다. 대부분 천식을 일으키는 염증세포인 '호산구'가 기도에 쌓이면서 발병한다. 일부 백혈구 내 '호중구' 세포가 분비하는 염증 물질로 인해 기도가 손상되는 천식 환자군이 확인됐는데, 호산구 천식 환자와 달리 스테로이드 제제에 저항성을 보인다. 호중구 세포가 스테로이드에 의해 사멸하지 않아 호중구 천식에는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골수에서 백혈구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과립구자극인자가 호중구 천식 환자에서 호산구 천식 환자와 비교해 12배 이상 높게 발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호중구 천식 환자의 가래에서도 과립구자극인자가 호산구 천식 환자보다 3배 이상 높게 발현됐다. 과립구자극인자가 호중구 천식 환자에서 높게 나타
혈중 아미노산의 주성분인 글루타민이 비만한 사람의 지방 조직 염증을 완화하고 체지방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장 등에서 글루탐산과 암모니아로부터 합성되는 글루타민은 인체의 에너지 공급, 장(腸) 건강 유지, 백혈구와 T세포의 항염(anti-inflammatory) 작용 등에 관여한다. 근육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글루타민은 암 등의 질병으로 근육이 줄어드는 걸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연구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했고, 논문은 저널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실렸다. 카롤린스카 의대는 19일(현지시간) 논문 개요( 바로가기 )를 보도자료 형식으로 온라인에 올렸다. 연구진은 비만한 여성 52명과 비만하지 않은 여성 29명의 복부 지방 조직에서 대사 작용이 어떻게 다른지 실험했다. 여기서 두 그룹 사이에 큰 차이를 만드는 게 글루타민이란 걸 발견했다. 비만한 여성은 대조군보다 글루타민 수위가 평균적으로 낮았다. 이렇게 글루타민 수위가 낮은 피험자는, 체질량지수(BMI)와 별개로 지방 세포가 더 크고 체지방 비율도 더 높았다. '지질 내분비학' 연구 그룹의 리더로서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불완전한 RNA 바이러스인 D형 간염 바이러스(HDV)는 단독으로 질병을 일으키지 못한다. D형 간염 바이러스가 병을 일으키려면 B형 간염 바이러스(HBV)가 꼭 있어야 한다. 그러나 D형과 B형이 동시에 감염하거나, 만성 B형 보유자한테 D형이 중복으로 감염하면 급성 D형 간염이 발병한다. 이렇게 만성 B형 바이러스에 D형 바이러스가 추가로 감염할 경우, 기존 B형 간염의 경과가 급속히 나빠져 약 70%가 간 경변으로 진행하고, 간세포암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 물론 B형 간염만 있어도 간 경변이나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D형과 묶이면 발생 빈도와 속도가 훨씬 더 높아지는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 통계를 보면,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 가운데 적어도 5%는 D형 간염 바이러스에 중복으로 감염돼 있다. 아직 D형 간염에는 만족할 만한 치료법이 없다. B형과 D형의 중복 감염 치료제로는 유일하게 알파 인터페론이 승인됐지만 실제로 환자한테 사용하는 건 제한적이다. 캐나다 국립과학연구소(INRS) 과학자들이, D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는 특정 단백질을 발견했다. D형과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핵에서 증식할 때
폐경 후 당분과 정제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불면증을 부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의대 정신의학과 전문의 제임스 갱위쉬 교수 연구팀이 폐경 여성 5만여명의 식단 일기(food diary)와 수면장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단 음식, 흰 식빵, 가당 탄산음료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을 얼마나 많이 섭취하는지를 보여주는 음식 혈당지수(dietary glycemic index) 성적 상위 그룹은 하위 그룹에 비해 연구 시작 당시 불면증을 겪고 있는 경우가 11%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 혈당지수 성적 상위 그룹은 하위 그룹에 비해 3년간의 추적 조사 기간에 새로운 불면증이 나타난 경우가 16% 많았다. 혈당지수란 섭취한 탄수화물에 함유된 당분이 체내에서 소화 흡수되는 속도, 즉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같은 양의 당분을 함유한 식품이라도 당분의 종류에 따라 소화 흡수되는 속도가 다르다.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반면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은 혈당을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올린다. 혈당지수는 대체로 정제된 곡물과 가공한 식품이 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