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고혈압 500만명 넘었다…'나이들면 생긴다' 생각은 잘못"

젊은 고혈압보다 '이완기 혈압' 낮은 게 특징…"약물치료 동시에 식생활습관 바꿔야"

 국내 65세 이상 노인 고혈압 환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혈압은 말 그대로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말한다. 심장이 수축해 혈액을 배출할 때 동맥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인 수축기 혈압(최고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심장이 이완(확장)하면서 쉬고 있을 때의 압력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에 해당한다.

 고혈압이 위험한 건 혈압이 높아지면서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커지면서 심부전 상태로 악화하거나 혈관 손상에 따른 동맥경화가 발생해 심뇌혈관질환(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혈압에 따른 심뇌혈관질환의 사망률은 115/75mmHg에서 수축기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씩 증가함에 따라 2배씩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특히 이런 위험성은 고령일수록 더 커지는 만큼 평소 혈압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이처럼 노인 고혈압 환자가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급격한 고령화 추세가 꼽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80세 이상 고혈압 환자만 20만명(1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회는 "국내에서 65세 이상 고혈압 환자가 20~64세 환자보다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65세 이상에서 빠르게 개선됐던 고혈압에 대한 인식률과 치료율이 2012년 이후로 속도가 둔화하고 있어 개선책이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 상당수가 고혈압 자체를 질환이 아니라 나이가 듦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고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질환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노인의료센터장)는 노인성 고혈압이 젊은 층의 고혈압과 발생 양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젊었을 때는 저혈압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이 생겼다고 하는 노인들이 많은데, 이는 혈관이 노화돼 대동맥이 딱딱해져서 나타나는 '노인성 고혈압' 현상을 두고 말하는 것"이라며 "수축기 혈압은 140mmHg보다 높은데 이완기 혈압은 90mmHg보다 낮은 게 노인성 고혈압의 특징적인 소견"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이완기 혈압이 과도하게 낮으면 심장근육으로 유입되는 혈액량 및 산소량이 적어져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심근허혈이 일어날 위험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대한고혈압학회 제공]

 김 교수는 "노인성 고혈압은 고령자가 많아질수록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고혈압 유병률 전체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65세 이상 노인 고혈압에 대한 진료 지침에서 몸이 건강하면서 수축기혈압이 140mmHg을 넘는다면 생활요법과동시에 약물치료를 하라고 권고했다.

 또 80세 이상, 노쇠한 노인 환자를 포함한 모든 노인 환자는 수축기혈압이 160mmHg이 넘으면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140~159mmHg인 경우에도 약물치료에 잘 적응할 것으로 기대되는 건강한 노인이라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초고령자와 노쇠한 노인, 시설 입소 노인의 고혈압에 대한 목표 혈압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진료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치료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김 교수는 "노인이라도 혈압을 잘 관리하면 심뇌혈관질환이 예방된다는 사실은 그동안 각종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혈압측정기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본인의 혈압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혈압은 올바른 측정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아침(약물 복용 전, 식사 전)과 저녁(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 2회 측정을 권고한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는 5분간 휴식 후 혈압을 재야 하고, 측정 전 30분 이내에는 흡연과 카페인 섭취는 금물이다.

 또 혈압을 잴 때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은 자세에서 위팔에 감는 커프를 심장 높이에 맞춰 착용하고, 측정값은 혈압 수첩에 모두 기록해야 한다.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평소 싱겁게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김광일 교수는" 나트륨 함유량이 많은 국과 찌개 등의 국물류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면서 "직접 음식을 조리할 때도 간을 덜 하는 습관을 들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서 절주 및 금연을 실천하고 표준 체중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비급여 항목' 보고제도에 의료기관 95% 참여…나머지 5% 과태료 부과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 보고제도에 전체 의료기관의 95%가 참여했다고 보건복지부가 10일 밝혔다. 복지부는 올해 4월 15일 비급여 보고 제도를 전체 의료기관 7만2천815곳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했다. 지난해에는 병원급 의료기관 4천245곳만 참여했다. 비급여 보고제도는 의료법 등에 따라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 비용과 내역 등을 보건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제도다.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는데, 이런 비급여 현황을 파악해 국민이 합리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에 정보를 보고하지 않은 의료기관 5%는 의료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올해 보고 기간(4월 15일∼6월 30일)에 각 의료기관은 3월 진료내역 중 비급여 항목별 단가, 빈도, 상병명, 수술명 등을 보고했다. 올해 보고 항목은 총 1천68개로, 지난해(594개)보다 474개 늘었다. 복지부는 이번에 모은 비급여 보고 자료를 분석해 특정 질환 치료·수술 비용이나 진료 안전성·효과성 등 필요한 정보를 올해 안에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특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
암 치료용 가속기 전원장치 국산화 성공
한국원자력의학원은 5일 선택적 암 치료에 쓰이는 가속기 핵심 장치인 고전압 전류장치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의학연구소 홍봉한 의료용가속기연구팀장 연구팀이 붕소중성자 포획 치료용 양성자 2.4메가전자볼트(MeV)급 탄뎀 가속기 1천200㎸ 고전압 전원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탄뎀 가속기는 전기장으로 입자를 가속해 이온빔 분석이나 중성자 포획 치료용 중성자를 만드는 데 쓰는 장치다. 붕소 중성자 포획치료는 인체에 무해하면서 암세포에 집중되도록 만든 붕소 약물을 암 환자에게 주입한 후 가속기로 만든 중성자를 쏘아 붕소가 방사선을 방출하도록 해 주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원자력의학원은 이 치료법에 필요한 고출력 양성자 가속기를 규모가 작고 전력을 적게 써 효율적인 대전류 양성자 탄뎀 가속기로 대체하는 연구를 2019년부터 진행 중이다. 이번에 개발한 전원장치는 입자 가속을 위한 에너지를 가속관에 전달하는 핵심 장치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진경 원자력의학원 원장은 "탄뎀 가속기의 핵심 장치 개발 성공으로 첨단 붕소 중성자 포획치료기의 국내 개발을 앞당겨 해외 선도 기술과의 격차를 줄이고 난치 암 환자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