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암 환자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뿐 아니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 스리니바스 라만 박사팀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의 암 전문학술지 BMJ 종양학(BMJ Oncology)에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암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12편을 메타 분석해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상호 연관된 생물학적, 심리적, 행동적 기전을 통해 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암 치료 과정에 심리사회적 평가와 표적화된 개입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 세계적으로 암의 새로운 발병 건수는 2050년까지 연간 3천500만 건, 암 관련 사망자는 1,8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암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외로움과 정서적 고립감을 자주 경험하며, 외로움이 우울, 면역 저하, 염증 반응 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암 환자의 생존율에도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MEDLINE, Embase, PsycINFO)에
국내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4명 중 3명이 암 환자에게 완화의료 서비스를 더 빨리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 완화의료란 암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주치의가 완화의료팀에 의뢰,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통증을 줄이기 위한 처방 외에도 예후 치료와 돌봄 계획을 짜는 것, 심리적·영적 관리, 사회경제적 관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서울대학교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와 대한종양내과학회 연구팀이 지난해 국내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227명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한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74.9%가 암 치료와 전문 완화의료의 조기 통합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전돌봄계획 수립(97.8%), 호스피스 연계(97.4%), 생애 말기 임종 돌봄(96.5%) 등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실제 완화의료 의뢰는 주로 예후가 악화된 말기에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0.0%가 '암 진행·치료 중단·임종 직전 시기에 이르러서야 완화의료에 의뢰한다'고 답변했다. 조기 통합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은 환자와 가족의 거부감(70.0%) 치료 포기처럼 보일 것에
일회성의 짧은 소아 전신마취는 단기적으로 아이의 지능이나 행동 발달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마취통증의학과 이지현·지상환 교수 연구팀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생후 2세 미만 소아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이 같은 임상 연구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현재 소아 수술이나 시술에서 전신마취 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흡입 마취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3세 미만 영유아가 3시간 이상 혹은 반복적으로 전신마취를 받을 경우 뇌 발달에 해로울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짧은 전신마취의 경우 해당 연령대에도 시행된다. 다만 부모들은 마취로 인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흡입마취제 사용에 따른 발달 영향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약 2시간 이내의 짧은 수술을 1회 받은 생후 2세 미만의 환자 400명을 무작위로 선정했다. 이후 이들을 흡입마취제(세보플루란)만 사용한 단독군과, 흡입마취제 농도는 30%가량 줄이고 대신 진정제인 덱스메데토미딘과 진통제 레미펜타닐을 함께 투여한 병용군으로 분류했다. 두 그룹의 평균 마취 시간은 약 75분으로 차이가 없었다. 이후 이 환자들이 만 28∼30개월이 됐을 때
국내 난임 진단자가 최근 4년 사이 30% 넘게 증가한 가운데 남성의 경우 지난해 10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실이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난임 진단자는 2020년 22만8천618명에서 지난해 30만401명으로 31.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남성은 7만9천176명에서 10만8천358명으로 36.9%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의 증가 폭(14만9천442명→19만2천43명·28.5%)보다 컸다. 난임 시술의 경우 2020년 9만1천939건에서 작년 22만3천12건으로 약 2.4배가 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만2천건 넘게 늘어 1년 만에 58.2%가 증가했다.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을 통한 시술 종류별 임신 성공률은 2022년 기준 체외 수정 30.9%, 인공 수정 17.5%였다. 정부는 난임 부부 지원 예산을 2020년 412억원에서 지난해 1천457억원으로 3.5배 늘렸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난임 치료 시술 횟수 지원 기준을 '1인당 25회'에서 '출산당 25회'로 확대했고, 본인부담률에 대한 연령 기준을 폐지했다. 45세 이상 여성의 본인부담률은 50%에서 30%로 낮췄다
수많은 일반인 참가자가 땀 흘리는 국내 한 마라톤대회 현장. 5km 지점을 막 통과하던 40대 참가자의 발걸음이 갑자기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대회 운영본부의 모니터에 '위험' 경고가 번쩍였다. 그가 착용한 웨어러블 기기가 전송한 심박과 체온 데이터가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는 비정상적인 패턴을 보인 것이다. 인공지능(AI)은 이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고, 즉각 의료팀에 상황을 알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을 막아냈다. 이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부 주요 마라톤 대회에서는 이미 웨어러블과 드론을 기반으로 한 AI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으며, 이러한 고도화된 안전 관리가 머지않아 모든 마라톤 대회의 기본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의 레이스…AI 도움 필요해 마라톤은 참가자에게 극한의 체력 소모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열사병, 탈수, 심지어 돌연사와 같은 응급 상황이 매년 끊이지 않는다. 특히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그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의료 전문가들은 체온이 40도를 넘어설 경우 뇌와 심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수천 명이 동시에 달리는 마라톤 대
자신이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성인 8%만이 '연명의료 지속'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나 안락사, 의사조력자살을 원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따르면 성누가병원 김수정·신명섭 연구팀과 서울대 허대석 명예교수가 지난해 6월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실었다. '본인이 말기 암 환자라면 어떤 결정을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41.3%가 '연명의료 결정'을 택했다. 연명의료 결정은 무의미한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뜻한다.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지도 연장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겠다는 것이다. '안락사'를 택하겠다는 응답자가 35.5%, '의사조력자살'이 15.4%로 뒤를 이었다.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은 모두 의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죽음을 유도하는 약물을 처방하는 것인데,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고, 의사조력자살은 환자 스스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연명의료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7.8%에 그쳤다.
과일향, 사탕향 등 달콤한 향으로 유혹하는 '가향담배'가 국내 담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2년간 시장 규모가 6배 넘게 폭증하며 전체 담배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 건강을 위한 강력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생한 '가향 담배 총체적 분석 및 규제방안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향담배 판매량은 2011년 2억7천만 갑에서 2023년 16억8천만 갑으로 약 6.2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담배 시장에서 가향담배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6.1%에서 46.5%로 치솟았다. 특히 필터 속 캡슐을 터뜨려 향을 내는 '캡슐담배'의 성장이 폭발적이다. 캡슐담배 판매량은 2011년 7천만 갑에서 2023년 13억7천만 갑으로 무려 19.6배나 증가하며 가향담배 시장 확대를 주도했다. 보고서는 가향담배가 담배 특유의 거부감을 줄여 청소년과 신규 흡연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관문' 역할을 한다고 경고한다. 담배의 맛과 향을 좋게 만들어 초기 흡연 경험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이는 결국 흡연 습관을 유지하고 니코틴 의존도
가을은 대지의 품이 가장 넉넉해지는 계절이다. 이 계절의 중심에는 한없이 소박하고, 기적처럼 사람을 살려낸 생명의 작물, 고구마가 있다. 바람이 선선해질 무렵, 뜨거운 아궁이에서 퍼져 나오던 군고구마의 구수한 향기는 세월이라는 강을 건너 우리의 마음에 남아 있다. 고구마 한 입엔 배불림 이상의 정서와, 견디며 살아남은 우리네 선조의 치유와 희망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고구마는 원래 중남미 안데스 지역이 고향이다. 잉카 문명 이전부터 토착민이 경작했고, 신대륙의 발견 이후 콜럼버스의 항로를 따라 유럽을 거쳐 동아시아로 전파됐다. 중국에는 16~17세기 이미 전래해 '감서'(甘薯), 일본에는 17~18세기 '사쓰마이모'(薩摩芋)가 됐고, 한국에는 조선 후기 문신 조엄(1719~1777)이 1764년 통신사로 일본에 갔다가 종자를 들여와 부산과 제주, 남해에 심으면서 본격적으로 뿌리내렸다. 그때까지 한반도는 반복되는 흉년과 춘궁(春窮)으로 백성들이 늘 굶주림에 시달렸고, 쌀과 보리를 대체할 만한 구황작물의 절실함이 있었다. 고구마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조리와 보관이 쉽고, 영양 또한 풍부해 흉년마다 조선의 백성을 구했다. 영도 동삼동, 제주 한림, 탐라도
◇ 화학물질이 초래한 비극 독자 여러분은 아주 생생히 기억하실 것이다. 바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말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잘 모르고 있다가 언론에서 쟁점이 돼 다루는 걸 보고 정말로 깜짝 놀랐다. 우선 가습기에 살균제를 쓴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위험한 생각이다. 가습기는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에 끊임없이 습기를 뿜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거기에 어떻게 살균제를 넣을 수 있느냐는 말이다. 살균제는 균을 죽이는 아주 독한 화학물질인데, 그 물질을 가습기에 넣으면 결국 우리가 그 독한 가스로 호흡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상품을 제작한 기업이나 그 상품을 판매하도록 허가해준 정부가 가장 잘못했다. 하지만 각 개인에게 위생 관념이나 기본적인 의학 상식을 제대로 전해주지 않은 상황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살균제를 사용했을 텐데, 어떤 면에서 보면 위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그게 정말로 슬픈 지점이다. 그래서 사회적 참사다.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마시거나 피부에 닿거나 눈에 들어간 경우에는 흐르는 물로 잘 씻어낸 후 의사와 상의하십시오", "피부가 민감한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