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을 일으키는 독소를 신속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무승 박사와 한밭대 구치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장 출혈성 대장균에서 분비되는 시가독소를 고감도로 판별할 수 있는 휴대형 검출 기기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시가독소를 내뿜는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출혈성 장염)의 일종이다. 1993년 미국에서 집단 발병했을 때 원인이 된 음식이 햄버거여서 햄버거병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소고기뿐만 아니라 돼지, 양, 닭, 다른 고기와 분변에 오염된 유제품, 채소 등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 HUS에 감염되면 시가독소에 의해 손상된 적혈구가 콩팥의 여과 시스템에 끼어 기능 손상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과 염증성 물질에 의한 급성 신부전증, 혼수·마비까지 올 수 있다. 현재 시가독소 검출에 가장 많이 쓰이는 PCR(유전자 증폭) 검출법이나 항원-항체 시험법은 오랜 시간과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해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장 출혈성 대장균에서 생성되는 시가독소에 형광표지를 하는 방법으로 신속하고 간편하게 독소를 검출할 수 있는 휴대형 광학 검출기기를 개
원래 계절 독감(인플루엔자)은 변이 유형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해마다 백신이 나와도 중증 호흡기 감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독감 환자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올가을과 겨울의 독감 백신 접종엔 예년보다 훨씬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의 동반 유행(twindemic) 가능성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더믹(대유행)이 1년 가까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처음 맞는 독감 시즌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위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관련해 독감 백신의 안전성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아도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커지지 않고, 감염증(코로나19)의 병세가 나빠지거나 사망률이 높아질 위험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소재 학술 의료센터인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연구진은 21일(현지시간) '동료 검토' 공개 학술지 '임상·중개 과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and Translational Scienc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호흡기 질환 전문가인 조 제인 박사 연구팀은 지난 3
인체의 면역 세포가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발성 경화증(MS) 같은 신경 퇴행 질환에서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중추 신경계의 염증성 자가면역 반응이 건강한 사람의 척수액에서도 관찰됐다는 것이다. 이는 T세포 같은 면역세포가 미생물 침입을 방어하는 것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지키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T세포는 인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미국 예일대 의대의 데이비드 하플러 면역학 교수팀은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이 발견은 감마 인터페론이 건강한 사람의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보고를 뒷받침한다. 감마 인터페론과 감마 인터페론이 생성하는 T세포를 함께 차단하면 생쥐에게 우울증 유사 증상이 생긴다는 게 선행 연구에서 보고됐다. 감마 인터페론은 다양한 면역계 반응의 유도와 조절에 관여한다. 연구팀은 다른 유형의 인터페론 치료를 받은 MS 환자가 흔히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과 MS 환자의 척수액을 첨단 개별 세포 검사 장비로 비교 분석했다. 건강한 사람의 척수액 T세포는 M
매일 밤 푹 자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이제 하나의 상식으로 통한다. 실제로 만성적인 수면 결핍은 치매, 당뇨병, 비만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략 생후 2년 6개월을 기준으로 수면의 생리적 작용 목적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때까진 충분한 수면이 뇌 조직의 빠른 형성에 도움을 줬지만, 그 후에는 주로 뇌의 유지와 복구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두 살 반까지 뇌가 빠르게 성장하는 덴, 빠른 안구 운동과 함께 꿈을 많이 꾸는 렘수면(REM Sleep)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하지만 두 살 반을 넘기면 렘수면 양도 가파르게 줄었다. 수면의 이런 역할 전환은 '결빙(結氷)'에 비유될 만큼 매우 극적으로 이뤄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지나 포 통합 생물학 생리학 교수팀은 18일(현지시간) 이런 요지의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과 다른 포유류에 관한 60여 건의 수면 연구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통계 분석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핵심은 만 두 살 반까지 뇌의 시냅스(뇌 신경세포 연접부) 생성과 강화가 렘수면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논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폐 질환에 걸려도 비교적 쉽게 회복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반대다. 오히려 비만과 2형 당뇨병이 병증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왜 이런 역설적인 일이 벌어지는지를 규명한 시의적절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박테리아였다.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염증 자극 물질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환자에게 심각한 호흡 곤란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만이나 2형 당뇨병을 가진 사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되면 급성 호흡곤란증후군(ARSD)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 이런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입원 치료 도중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CSW)의 필립 쉬러 내과 교수팀은 이런 요지의 리뷰 논문을 16일(현지시간) 저널 '이라이프(eLif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를 중심으로, 비만 또는 당뇨병과 중증 코로나19 사이의 '요인-질병' 경로를 살펴봤다. 이 경로에 작용하는 기제는 크게 두 개 그룹으로 분류됐다. 하나는 ACE2 수용체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박테리아 환경과 코로나19 사이에 상호작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는 후성유전 변이(epivariations)는 유전체 시퀀싱(서열 분석)을 해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후성유전 변이는, 유전성 질환을 유발하는 타고난 유전자의 발현 조절 이상이나 발현 침묵에 관여한다. 인간의 이런 후성유전 변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2만2천여 명의 유전체에서 수천 개 유형의 후성유전 변이와 결함을 발견했다. 후생유전이란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유전자 발현의 조절이 이뤄지는 걸 말하며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후성유전학이라고 한다. 미국 마운틴 시나이 의대의 앤드루 샤프 유전학 부교수 연구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인간 유전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수석 저자를 맡은 샤프 교수는 "질병을 일으키는 일부 유형의 돌연변이가 표준적인 DNA 검사에서 잡히지 않는다는 걸 재차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피험자 2만3천116명의 유전체에서 사이토신 염기에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DNA 메틸화 특성을 분석해, 예상보다 많은 수천 종의 후성유전 변이를 찾아냈다. DNA 메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중국 우한(武漢)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옌리멍 홍콩대 공중보건대학 박사의 논문이 공개됐다. 16일 외신들에 따르면 옌리멍 박사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연진화보다는 수준 높은 연구소에서 조작됐음을 시사하는 게놈의 일반적이지 않은 특성과 가능한 조작 방법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정보공유 플랫폼 '제노도'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SARS-CoV-2의 생물학적 특성은 자연발생이나 인수공통이라는 설명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논문에 제시된) 증거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 바이러스인 'ZC45'나 'ZXC21'을 틀이나 바탕으로 활용해 연구소에서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간감염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도록 특별히 조작됐다"면서 "10년 넘게 코로나바이러스 관찰연구를 진행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수집해 둔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스파이크 단백질 조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 내 '퓨린분절부위'(furin-cleavage site)가 자연에서 발견되
인간의 뇌와 신체는 서로 어느 정도 연관돼 있을까?… 과학자들에게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은 속 시원히 풀리지 않은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뇌수막에 존재하는 면역세포가 간접적으로 뇌에 작용해 불안증 같은 이상 행동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면역계의 작용 효과가 마음과 몸에 모두 미친다는 걸 시사해 주목된다. 과학자들은 마음과 몸을 연결하는 핵심 요소로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IL -17(인터류킨 -17)을 지목했다. 뇌수막의 면역세포가 생성한 IL -17을 뇌 신경세포(뉴런)가 흡수하면 불안증이 심해지고, 반대로 IL -17이 결핍되면 행동이 대담해진다는 게 요지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워싱턴 의대의 조너선 키프니스 병리학 면역학 석좌교수 연구팀은 14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에 관련 논문( 링크 )을 발표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물질이다. IL -17도 이전의 연구에서 인간의 우울증이나 동물의 자폐증 유사 증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IL -17 같은 사이토카인이 뇌의 기능 장애에도 관여한다는 건 지금까지
암에 투여되는 화학 치료제는 종양의 성장을 억제해 암이 서서히 죽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학 치료제는 여러 가지로 암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 화학 치료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인체의 다른 생화학 과정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암 환자가 화학치료를 받으면 여러 유형의 고통스러운 부작용이 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세포는 또한 화학 치료제에 적응하고 저항하면서 종양이 치료제를 피해 성장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기도 한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고분자 연구소(MPI-P) 과학자들이 암세포 내부의 물리적 구조를 공격해 암세포의 자멸사를 유도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치료법의 최대 장점은 암세포의 화학치료 적응과 회피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화학 치료제와 달리, 암세포의 분열과 종양의 성장에 관여하는 생화학적 과정은 조금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MPI-P의 데이비드 응 박사팀은 미국 화학학회(ACS) 회보(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최신 호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14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런 작용을 하는 건 연구팀이 개발한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