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 5~10% 비알콜올성 지방간 추정…"가공식품·생활습관 탓"

 딸 다니가 여덟살 때 지방간에 걸렸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을 때 엄마 카르멘 우르타도는 무섭기보다 혼란스러웠다. 지방간은 술배 나온 아저씨들이나 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니와 같은 사례가 미국에선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는 어린이가 늘어나 의학계가 원인과 역학 파악에 애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임상 간질환 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는 미국 어린이의 5∼10%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갖고 있다고 추정하면서 소아 지방간은 소아천식처럼 흔한 질병이 됐다고 분석했다.

 어린 나이에 간을 이식받는 경우도 늘었다. 미국 장기기증 네트워크(UNOS)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간이식을 받은 11∼17세 청소년은 25%, 18∼34세는 배로 증가했다.

 소아 지방간은 비만율이 높은 미국 남동부에서 특히 심각하다. 그러나 의사들은 지방간을 가진 모든 어린이가 비만은 아닐뿐더러 증상이 심각한 어린이 상당수는 체질량 지수가 낮은 사실을 확인했다.

 역학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정확히 어떤 요인으로 소아 지방간이 증가하게 됐는지는 명확지 않다.

 하지만 많은 의사는 식습관과 앉아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생활습관이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젊은 층의 지방간은 고혈압·당뇨 등과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십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가공식품과 단 음식이 인간 유전자와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영양학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 아동 식단에 거의 오르지 않던 초가공 식품(ultra-processed foods: 인공감미료 등이 많이 첨가된 식품)의 비율이 최근에는 67% 이상으로 폭증했다.

 이는 호르몬 변화와 신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WP는 지적했다.

 WP는 그러면서 운동이 간 건강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중간 내지 격한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150분 하면 체중은 감소하지 않더라도 간에 전달되는 지방의 원료인 유리지방산과 포도당을 줄이고 다른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미쳐 간세포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다니는 지방과 소금·설탕·칼로리가 적은 식단을 짜고 패스트푸드를 멀리했지만 지방간에서 해방되지 못했다고 WP는 전했다. 열여덟 살 때는 간에서 암세포로 보이는 3㎜짜리 종괴가 발견됐지만 치료를 통해 용케 없앴다.

 이제 스무 살 대학생이 된 다니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들고 힙합 춤을 추며 간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 우르타도는 여전히 딸들 걱정을 놓지 못한다. 여덟 살이 된 다니의 동생도 올해 비만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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