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우수영의 명물, 울돌목 숭어가 돌아왔다. 보리 이삭이 팰 무렵에 잡히기 때문에 보리숭어라 불리는 봄철 숭어는 여름철 산란을 앞두고 살이 올라 달고 차진 맛이 일품이다. 눈 부위가 검은 것이 특징으로 4월 중순부터 초여름인 6월까지 잡힌다. 특히 우수영 숭어는 거센 조류의 울돌목 바다를 거슬러 올라오기 때문에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미식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우수영 관광지 운영이 중단되고, 숭어를 취급하는 인근 음식점들도 손님이 뜸해지면서 울돌목의 명물 '뜰채 숭어잡이'도 구경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제철 맞은 봄 숭어맛을 잊지 못하는 미식가들의 발길은 문내면 임하도로 향하고 있다. 매일 숭어 활어를 위판하고 있는 문내면 임하도 선착장에는 코로나가 주춤해지면서 전국에서 몰려든 도매상들과 관광객들로 들썩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도매 외에도 어민들이 직접 잡은 고기로 떠주는 숭어회의 맛이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줄을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도 1kg(2마리)에 1만원으로 시중보다 저렴하고, 바다에서 막 잡은 상태로 회를 뜨기 때문에 싱싱함이 남다르다. 초장과 상추 등을 직접 준비해온 관광
본업인 프렌치 레스토랑이 아니라 한식 등 다른 종류의 음식점을 창업하는 쉐프들이 늘고 있다.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를 운영하는 장명식 쉐프는 지난해 가을 서울 송파구에 곰탕 전문점을 개업했다. 라미띠에는 1999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우리나라 1세대 프렌치 레스토랑이고, 장 쉐프 또한 정통 프렌치 요리를 해온 양식 전문가. 반면 장 쉐프가 새로 연 식당은 수육, 곰탕, 전골을 주메뉴로 하는 전형적인 한식당으로, 그가 평소에 하던 요리와는 결이 다르다. 장 쉐프는 지난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예전부터 대표적 서민 음식인 곰탕이라는 요리에 관심이 많아 국밥집을 열게 된 것"이라며 "고기를 센 불에서 팔팔 끓이는 보통의 곰탕 조리법과 달리 1세대 쉐프뿐 아니라 이미 많은 프렌치 쉐프들이 한식당 등 다른 종류 음식점을 겸업하거나 전환을 시도했다. 프렌치 요리를 중심으로 한 압구정의 펍 '루이쌍끄'를 이끌던 이유석 쉐프는 지난해 1월 이곳을 폐업하고 성동구에 면 전문점을 냈다. 경북 경주시에서 예약제 레스토랑 '11체스터필드웨이'를 운영하는 김정환 쉐프도 지난해부터 퓨전 요릿집을 함께 하고 있다. 배달 앱을 통해 프렌치 음식을 할 때는 상상도 못
"고기 겉면을 지지듯 구워 육즙을 잡았다", "고기를 자주 뒤집으면 육즙이 빠져나간다" 고기와 관련한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에 '육즙'이 있다. 일상 대화, 고기 먹기에 관한 블로그, 음식점이나 업체의 홍보성 문구 등에서 조리 과정에서 수분을 고기 내부에 보존, 촉촉하게 익혔다는 의미로 '육즙을 가뒀다, 잡았다, 살렸다' 등 표현을 자주 쓴다. 최근 대표 메뉴인 빅맥의 레시피를 바꾼 맥도날드도 홍보 문구에서 '양파와 패티를 함께 구워 육즙 가두기'라는 표현을 썼다. 육즙은 무엇일까. 그리고 조리 과정에서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가두는 일이 가능할까. 육즙(肉汁)의 사전적 의미는 '고기를 다져 삶아 짠 국물'로 우리가 흔히 쓰는 의미('익힌 고기 안에 남아 있는 수분')와 다소 차이가 있다. 육즙의 주성분인 수분은 근섬유가 열을 만나 수축하는 과정에서 고기 내부에 모인다. 녹은 지방도 육즙의 일부를 이룬다. 육즙이 있어야 익힌 고기를 퍽퍽하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요리 과학자들은 그러나 겉면을 지지거나 잘 뒤집지 않는 등 방법으로 육즙이 고기 내부에서 새어 나오지 않게 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 공학도이자 요리 연
강원도 홍천은 예부터 막걸리로 유명한 지역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규경은 평양의 감홍로주, 한산의 소국주, 여산의 호산춘주와 함께 홍천의 백주(막걸리)를 조선 4대 명주로 꼽았다고 한다. 홍천 내촌면 백암산 자락에 있는 전통주조 예술은 술 잘 빚는 양조장이 많은 홍천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이다. 전통 누룩을 직접 띄워 만든 이곳의 술은 이름만큼이나 감각적이면서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 만강에 비친 달, 동몽…오감을 자극하는 술 전통주조 예술의 정회철 대표가 맛보라며 내온 막걸리는 빛깔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만강에 비친 달'이라는 이름처럼 노오란 달빛이다. 찹쌀과 누룩에 홍천의 특산물인 미니 단호박을 섞어 노란빛이 돈다. 한모금 들이키니 단호박의 달콤함과 산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시중의 막걸리처럼 톡 쏘는 탄산은 거의 느낄 수 없지만, 감칠맛 나는 신맛이 단맛과 어우러져 진하면서도 상큼하게 느껴진다. 막걸리에 이어 맛본 '동몽' 역시 찹쌀과 단호박, 누룩으로 빚은 약주다. 맑은 금빛이 아름다워 투명한 와인 잔에 따라 마시는 게 제격이다. 한 모금 마시니 단호박의 은은한 단 향과 기분 좋은 산미, 알코올의 쌉싸름함 등 다양한 맛과 향이 어우러져 깔
전남 강진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지인이 아주 유명한 한정식집을 추천했다. 한방을 재료로 한 한정식이라는데, 알아보니 기본이 4인 기준이라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생각을 바꿔 서민들이 쉽게 올 수 있는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강진에는 연탄 돼지 불고기가 주메뉴인 50년 된 한정식집이 있었다. ◇ 전라도 한정식은 '서강진 동순천' 전라도 한정식과 관련해 '서강진 동순천'이라는 말이 있다.서쪽은 강진이요 동쪽으로는 순천이라는 말로, 그만큼 두 지역은 예로부터 해산물을 비롯한 음식 재료가 모이는 곳이었다. 신선한 재료는 맛의 보증수표다. 강진군 병영면은 조선 시대 전라남도의 병영(兵營)이 있던 곳이다. 병영은 조선 시대 각 도의 군사적 요충지에 설치된 기지로, 병마절도사가 주둔해서 그 지역의 군사 업무를 보던 곳이다. 사람이 몰리다 보니 음식문화도 자연스레 발달했다. 취재 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가게로 들어섰는데 주방 옆의 작은 방으로 안내한다. 열린 틈으로 주방을 봤는데 모두 마스크를 한 채 조리하고 있다. 안내된 방으로 가서 방문을 여니 한 가족이 밥상에 앉아 식사 중이었다. 내가 앉아 먹을 밥상은 없었다. '왜 밥상도 없는 방으로 안내를 했을까' 쭈뼛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