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18일과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 이틀간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는 폭염경보를 알리는 재난문자를 681건이나 쏟아냈다. 유례없는 가을 폭염에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늦더위의 여파는 한 달쯤 지나 맥도날드 매장에까지 닥쳤다. 맥도날드는 폭염 영향으로 토마토의 안정적인 수급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하면서 지난 15일부터 토마토치즈비프버거 등에서 토마토를 뺐다. 27일 현재까지도 맥도날드 매장의 토마토 공급은 정상적이지 않다. 또 다른 햄버거 브랜드 롯데리아는 각 매장에서 양상추와 함께 양배추를 섞어 쓰기 시작했다. 롯데리아는 매장에서 "산지 이상기후로 양상추 수급이 불안정하다"고 안내했다. 이 같은 농산물 공급 불안 사례는 부지기수다. 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클라이밋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올여름 강원도 고랭지에서 생산하는 배추는 폭염에 녹아내렸다. 여름배추 수확량이 감소했으며 결구(배추 등 채소류 잎이 여러 겹 겹쳐 속이 차는 현상)가 부진해 상품성이 낮았다. 배추 평균 소매가격은 한
올해 '역대급 폭염'이 길게 이어지면서 폭염 속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도 늘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 산재 신청 건수는 28건(사망 2건 포함)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신청 건수 20건(사망 2건)과 비교하면 40% 증가했다. 승인 건수는 25건(사망 1건)으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18건(사망 2건)보다 40%가량 늘었다. 온열질환 산재 신청이 보통 늦여름 이후 들어오는 것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신청과 승인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온열질환 산재 승인 건수(1∼12월)는 2018년 35건, 2019년 26건, 2020년 13건, 2021년 19건, 2022년 23건, 지난해 31건이었다. 지금까지 추세대로라면 올해 전체 승인 건수가 작년을 넘어 2018년 기록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많을 수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응급실 온열질환 감시 통계에 따르면 올여름 전국의 온열질환자는 지난해보다 31.4% 늘어, 2018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 온열질환 산재 신청 28건의 절반 이상인 16건은 건설업 사업장에서 나왔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약물을 천천히 방출해 말 그대로 '여러 번 맞을 주사를 한 번만 맞을 수 있는' 기술이 국내외 제약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 펩트론은 최근 미국의 대형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장기 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술 평가를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티드·미국명 젭바운드)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세계 제약사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한 이른바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다. 계약에 따라 두 기업은 펩트론의 '스마트 데포'(SmartDepot) 기술을 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다수 약물에 적용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창고·저장소를 뜻하는 '데포'(depot)는 제약 용어로는 조직에 서서히 방출되는 '약물 저장소'라는 의미로 활용된다. 약물 방출을 조절하는 '서방형' 기술의 일종이기도 하다. 펩트론에 따르면 '스마트 데포'는 약효가 지속되는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 제형 제조 기술로, 생분해성 고분자를 사용해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하는 게 특징이다. 약물 전달 시스템 플랫폼 기업 인벤티지랩도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 지속형 주사제 공동 개발 계약
올해 제주 바다는 그야말로 펄펄 끓어올랐다. 지난 7월 24일 제주 앞바다에 발표된 고수온 특보는 71일간 이어지다 10월 2일에야 해제됐다. 고수온 특보 체계가 만들어진 후 가장 늦은 9월 22일까지 이어졌던 지난해 기록을 불과 1년 만에 갈아치웠다. 고수온으로 인해 유독 올해 제주 연안에서 한치와 갈치 등 주요 어종이 잡히지 않았다. 성게에 알이 차지 않고, 양식 광어는 대규모 폐사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제주지역 6개 수협 위판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5%(5천136t) 줄어들었다. 위판액은 23.3%(593억4천200만원) 감소했다. 제주 바다는 현재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일까.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고 장비를 갖춘 초보 다이버 기자가 14일, 15일, 19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주 앞바다에 들어가 직접 생태계 변화를 관찰했다. ◇ 태평양 살던 물고기가 제주 앞바다에 제주도 남쪽 보목포구에서 약 1㎞ 떨어진 섶섬으로 향하기 위해 배에 몸을 실었다. 서귀포 앞바다 문섬, 범섬과 함께 천연기념물이자 유네스코 생물 보전권 지역으로 지정된 섶섬은 섬 주변 바다에서 한국 미기록종과 새로운 종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배를 타고 5분도 채
올여름 지독했던 폭염 탓에 열사병, 열탈진 등으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와 그에 따른 사망자가 2018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5월 20일∼9월 30일 약 500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운영한 온열질환 감시체계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 기간 온열질환자는 총 3천704명으로, 1년 전보다 31.4% 늘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지난해(32명)보다 6.3% 증가한 총 34명이었다. 올해 전체 온열질환자는 2018년(4천52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사망자 수도 2018년(48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사망자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23명)은 작년(27명)보다 14.8% 줄었으나, 60대 미만에서 11명 사망자가 발생해 1년 전(5명)보다 120%나 급증했다. 사망자는 남성이 20명, 여성이 14명이었다. 80세 이상 사망자(10명)가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았고, 실외에서 사망한 경우(28명)가 대부분이었다. 사망자의 추정 사인은 주로 열사병(94.1%)이었다. 지역별로는 경남(6명)에서 가장 사망자가 많이 나왔고, 이어 충남·전남·경북(각 5명), 서울·경기·강원(각 2명) 순이었다. 전체 온
올여름 지독했던 폭염 탓에 열사병, 열탈진 등으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와 그에 따른 사망자가 2018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5월 20일∼9월 30일 약 500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운영한 온열질환 감시체계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이 기간 온열질환자는 총 3천704명으로, 1년 전보다 31.4% 늘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지난해(32명)보다 6.3% 증가한 총 34명이었다. 올해 전체 온열질환자는 2018년(4쳔52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사망자 수도 2018년(48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사망자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23명)은 작년(27명)보다 14.8% 줄었으나, 60대 미만에서 11명 사망자가 발생해 1년 전(5명)보다 120%나 급증했다. 사망자는 남성이 20명, 여성이 14명이었다. 80세 이상 사망자(10명)가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았고, 실외에서 사망한 경우(28명)가 대부분이었다. 사망자의 추정 사인은 주로 열사병(94.1%)이었다. 지역별로는 경남(6명)에서 가장 사망자가 많이 나왔고, 이어 충남·전남·경북(각 5명), 서울·경기·강원(각 2명) 순이었다. 전체
한국 연근해 평균 수온이 56년간 1.44도 올라 전 지구 평균의 2배에 이르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명태가 멸종되고 오징어마저 사라져가는 동해에서는 수온이 1.9도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립수산과학원의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968∼2023년 56년간 전 지구 표층 수온이 0.7도 오르는 사이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1.44도 상승했다. 표층 수온 상승 폭은 동해가 1.9도로 가장 컸으며 서해 1.27도, 남해 1.15도 순이었다. 한인성 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이 특히 가파르게 오른 원인에 대해 "기후변화에 따라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 강화 등 우리나라 주변을 둘러싼 대규모 기단들의 변화가 극심한 데다 저위도에서 오는 따뜻한 해류의 열 수송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해는 폐쇄적인 해역이고 동해도 입구와 출구가 좁고 얕은 해협이라 기후변화에 의한 수온 상승이 빨라질 수 있는 지형"이라고 덧붙였다. 연근해 중에서도 동해의 수온 상승 폭은 서해의 1.5배나 됐다. 한 과장은 "동해는 북부 해역은 찬물이고 남부 해역은 따뜻한 물인데 온난화 효과로 찬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북극해에서 해빙(바다 얼음) 감소, 오징어 출현 등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확인했다. 극지연구소는 아라온호가 78일간의 북극 연구 항해를 마치고 지난달 30일 광양항에 도착했다고 12일 밝혔다. 아라온호는 북위 77도에서 처음으로 오징어 유생(완전한 성체로 자라기 전의 상태)을 채집했다. 극지연구소 양은진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대게를 다수 채집한 데 이어 이번에 오징어까지 잡았다. 이는 북극해 밖에 살던 해양생물이 점차 북극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아라온호는 북위 74도에서는 가로 350m, 세로 110m 크기의 대형 빙산과 만났다. 캐나다나 그린란드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북극해를 떠돌던 빙산으로 추정되는데 태평양 쪽 북극해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다. 연구팀은 빙산이 녹으면서 주변 해수의 염분 농도가 낮아져 북극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는 북극해의 해빙 분포도 평년 대비 크게 줄었다. 아라온호는 북극 항해 때마다 관측장비를 설치했다가 이듬해에 회수하는데 이전에는 해빙 때문에 접근이 어렵거나 장비가 손상돼 종종 회수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장비를 온전히 회수했다. 극지연구소는 "대형 빙
지난 여름 고수온 현상 등으로 인해 제주 바닷속 연산호가 대량 폐사하고 해조류의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9일 지난 8∼9월 제주 바다의 이상 현상을 기록한 이슈리포트 '2024년 여름, 고수온으로 인한 제주바다 산호충류 이상 현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서귀포 범섬과 문섬, 섶섬과 송악산 해역에서 분홍바다맨드라미와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 가시수지맨드라미 등 연산호류의 녹아내림 현상이 나타났다. 연산호 군체가 흐물흐물한 상태로 축 처지고 녹아내리는 등 수심 10m가 안 되는 곳에서 피해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귀포 범섬 본섬 앞 수심 5∼10m 해역의 빛단풍돌산호는 대부분 폐사했고, 서건도 수심 10∼15m 지점에서는 거품돌산호 백화현상이 나타났다. 문섬 꽃동산과 한개창, 서건도 수중 동굴에서도 큰산호말미잘 개체의 백화현상이 나타났다. 이 외에도 띠녹색열말미잘과 융단열말미잘의 백화현상도 확인됐다. 백화 현상은 산호가 하얀 골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산호에 색상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작은 조류(藻類)가 수온 상승으로 떠나거나 죽으면 나타난다. 백화